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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호 아침단상] 안 다친 게 다행이었던 북한 원정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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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 작성일19-10-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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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무관중에 생중계마저 없었던 경기. 아마 월드컵 역사상 이런 깜깜이 경기는 없었을 것이다.

  오죽 했으면 FIFA회장마저 "역사적인 경기에 관중이 한명도 없다. 실망스럽다"고 했을까.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 축구 대표팀 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대한민국 국민들은 남북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생중계를 통해 보고 싶어 했지만 그런 희망은 애초에 갖지 말았어야 했다.

  북한은 우리 선수단 외엔 응원단도 취재진도 입국을 허용하지 않았다.

  생중계는 처음부터 해줄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선수들도 베이징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야 했다. 우리 응원단이 가지 못해 5만 명이 수용 가능한 김일성 경기장에 북한 측의 일방적인 응원속에 경기가 진행될 줄 알았던 우리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들려왔다. 무관중 경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우리 못지않게 월드컵 관계자들도 놀랐을 것이다. 북한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설마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마저 이렇게 할 줄이야 누가 생각했겠는가.

  외국언론들이 기이하다고 까지 했던 평양 경기는 귀국한 우리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살벌함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일 새벽 귀국한 주장 손흥민 선수는 선수를 대표한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게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으면, 북한 선수들이 얼마나 거칠게 나왔으면 저렇게 말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 선수는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지지 않고 비김으로써 승점 1점을 챙기고 부상 당한 선수 없이 온 것만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 내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최대한 안다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했다고 털어놨다. 심한 욕설도 나왔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 선수는 "별로 기억을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기자들이 유니폼 교환에 대해 묻자 "굳이 왜?"라는 말로 대신했다.

  손 선수도 축구경기에서 몸싸움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은 그 도를 넘어 우리 선수들에게 거칠게 대든 것으로 보인다. 팔꿈치와 손으로 치고 점프하면 무릎으로 가격했다고 한다. 축구협회 부회장은 축구 경기가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표현했다.

  이런 판국에 누구랑 유니폼 교환을 한다는 말인가. 경기 후 유니폼 교환은 폐어플레이를 하며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우정의 표시다.

  그런 것이 실종된 이번 경기에서 우리 선수중 어느 누구도 유니폼을 교환할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평양 원정경기를 온갖 악조건 속에서 마친 선수들은 북한에 대한 감정(?)이 생겼다고 한다.

  그 감정은 절대 좋은 감정이 아닐 것이다. 북한 선수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선수들이 가졌을 것이다.

  내년 6월 4일 한국서 열리는 홈경기에서 이번에 당한 것을 반드시 갚아주겠다는 오기가 이심전심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경기가 치러지는 홈 경기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우리 선수들은 이번 평양 원정경기 경험을 통해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했을 것으로 보인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 하나가 부러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람은 격분했지만 다행히 무승부가 나면서 북한 측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경기라고 평가했다.

  왜 이번 경기를 전쟁이라 했는지 이해가 된다. 북한이 무서울 뿐이다.
대구본사 논설위원 조수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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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